선재 업고 튀어(선업튀)
tvN의 16부작 월, 화 드라마로
2024.4.8.-5.28까지 방송되었다.
주요 인물은 임솔, 류선재, 김태성, 백인혁이다.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놓으려는 순간,
자신을 살게 해 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
그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졌던 열성팬 임솔이
자신의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타임 슬립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김빵 작가의 내일의 으뜸이라는 웹툰이 원작이다.
최고 시청률이 5.7% 라고 하는데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훨씬 더 뜨거웠던 것 같다.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국내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과거, 타임슬립
과거 past
지나간 일이나 때
타임 슬립 time slip
우연한 계기 또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 여행. 또는 그런 현상. 타임머신을 이용한 기계적인 시간 여행과는 구별된다.
열성팬 임솔은 그룹 이클립스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류선재 굿즈 시계를 통해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기 보다는 3번의 기회를 암시한다.
2022년 12월 31일을 살고 있는 임솔은
2008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돌아간다.
비디오 가게가 성행하고,
은밀한 유혹 비디오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고,
폴더폰을 사용하던 시절,
앞집과도 정스럽게 지내고
오며가며 친근하게 인사 나누며 지내던 시절,
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아
즐겨 보지는 않는 사람에게도
선재 업고 튀어가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끌렸던 이유는
타임 슬립으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을까?
과거의 안 좋은 상황이나
불가피한 사고, 사건, 불행을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난 것처럼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을
드라마에서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던 거 같기도 하다.
실제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운명
운명 fate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초인간적인 힘
앞으로의 존망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
인간에게 이미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걸까? 거스를 수는 없는 걸까?
인간 개인의 의지로 정해진 운명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까?
큰 테두리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안의 작은 상황들은 바꿀 수 있을까?
노력이나 염원으로 큰 테두리까지 뒤집어엎을 수 있을까?
불의의 사고로 삶의 의지를 잃은 솔은
선재의 전화를 받게 된다.
“누군가에겐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고마워요. 살아있어줘서.
이렇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할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는 게 괜찮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선재는 솔을 위험에서부터 구출하기 위해 찾아 헤매던 중
영수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물속에 빠진다.
응급실에 실려 가는 선재를 보고 급히 달려가며 솔은
“어쩌면 우린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몰라!
아니 만나지 말았어야 돼.” 하며 시계 버튼을 조작한다.
타임 슬립의 마지막 세 번째 기회를 사용한 것이다.
운명은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도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게도 하는 걸까?
기억
기억 meory
과거의 사물에 대한 것이나 지식 따위를 머릿속에 새겨 두어 보존하거나 되살려 생각해 냄
치매 dementia
정상적이던 지능이 대뇌의 질환으로 저하된 것
솔과 관련된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은 선재는
최근 이상한 경험을 한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어디를 가면 이미 가봤던 장소 같이 느껴지고,
이전에 만났던 사람인 거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느 날 솔은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간다.
치매가 있는 할머니는 앉아 있다가 태연하게
“우리 솔이 왔어? 밥은 묵었냐?” 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솔은
“할머니, 나 기억나?”
“할미 얼굴 뚫어지겄어”
“오랜만에 기억해줬네”
“할미가 다 잊은 줄 알았어?”
“응”
“잊기는!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여.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수만 가지 기억들이 다 어디로 가겄냐?
모두 내 이 영혼에 스미는 거여.
그래서 내 머리로는 잊어도 내 영혼은 잊지 않고 다 간직하고 있제.”
솔은
선재가 “요즘 좀 이상합니다”
태성이가 “요즘 불쑥불쑥 마음이 따로 놀아, 내가 좀 이상하네” 등의 말을 떠올리며
“정말 그런 걸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할머니는
“암, 글제. 할미는 시방 기억 속에서 여행 중이여.
세 살적 엄마 품에서 어리광 부릴 때로도 갔다가
열여덟 서방 만날 때로도 갔다가
그러다 우리 막둥이 그리우믄
이라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거여.”
“그럼, 자주 좀 와”
“그려, 그러자”
할머니를 끌어안은 솔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만나지 말았어야 돼’를 다짐하며
끈질기게 밀어내는 솔,
잊혀 진 기억 속에서도
머리와 가슴은 예전의 기억과 운명을 직감하며
끝까지 솔이를 찾아내어 지키는 선재.
기억은 중요한데,
현대 사회는 개인의 사사로운 기억조차도
외부 첨단 매체에 의존한다.
주변의 꼭 필요한 전화번호는
몇 개씩이라도 거뜬히 기억했었는데
기계의 발전으로
인간 기억의 우수성을 빼앗긴 채로 편리함 속에 잊고 살아가는 일이 많다.
꼭 기억해야 하면 기억하긴 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진 일이 허다하다.
그만큼 기억의 중요성도 악화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치매!
누구든 원치는 않지만
뇌기능의 노화로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치매에 걸리게 되면 비교적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솔 할머니의 치매는
여러 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어느 날 막둥이 솔을 맞으며
쏟아내는 말씀
‘머리로는 잊어도 영혼은 잊지 않고 다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가
가슴에 새겨진다.
기억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잃는다는 것,
그것을 잊는다는 것은,
소중한 기억도, 추억도, 나 자신도, 나를 둘러싼 상대도,
어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잃고 잊고 사는 거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기억이 개인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것일 것이다.
머리로는 잊어도 영혼은 잊지 않고 간직한다는 말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는다.
모든 것이 변해가도
흔들림 없이 굳게 지켜줄
마음속의 선재를 한 명 쯤은
품고 살아가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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